질문) 주문을 강하게 읽으면 취정(聚精)에 들기 쉽다고 하셨는데, 어떤 상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수련할 때 주문을 강하게 읽지 말고 부드럽게 읽어라. 강하게 읽으면 취정(聚精)에 들기 쉽다. 취정에 들었을 시, 손을 대지 말고 여러 사람이 모여 주문을 슬슬 읽어 나가라. 유(柔)하게 읽어 나가면 취정이 풀린다." (1988. 4. 21)
* 취정회신(聚精會神)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을 취, 정기 정, 모을 회, 신령 신으로 ‘정신을 가다듬어 한군데에 모으다’라는 뜻으로 중국 한나라 시대 문인 왕포의 <성주득현신송>에서 유래했으며, 군신(君臣)이나 여러 사람의 지혜를 한데 모으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정(精, 水)’과 ‘신(神, 火)’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신장(腎臟)과 심장(心臟)의 건강과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취정(聚精)'은 한자로 모을 취(聚)와 정기 정(精)을 써서, 글자 그대로는 '정신(혹은 정기)을 모으다'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단순히 집중하는 것을 넘어선, 깊은 영적인 수련 상태를 일컫습니다.
수련의 맥락에서 '취정'은 다음과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심신의 안정과 집중: 수행자가 외부의 번잡함과 내면의 잡념에서 벗어나 심신이 극도로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정신이 한 곳으로 모이면서 흐트러짐이 없고, 마치 물이 고요해지듯 맑아집니다.
2) 무아(無我)의 경지: 자아 의식이 희박해지고, 나와 외부의 구분이 사라지는 '무아'의 경지에 들어서는 상태를 포함합니다. 이는 개인이 지닌 작은 '나'를 넘어선 더 큰 의식과의 연결을 의미하며, 자신과 우주가 하나 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3) 기운의 응축: 수련을 통해 얻어진 순수하고 무한한 기운(에너지)이 몸 안에 자연스럽게 모이고 응축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활력을 넘어선, 영적인 성장을 위한 근원적인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상태입니다.
4) 청정한 상태: 어떠한 삿된 방법이나 욕심 없이 오직 바른 도리를 따를 때 도달할 수 있는 청정하고 맑은 의식 상태를 의미합니다. 부정적인 에너지나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고 순수한 정신만이 남는 상태인 것이죠.
쉽게 말해 '취정'은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모든 면에서 깊은 평화와 집중을 이루어 순수한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고, 자아를 초월하여 우주적 의식과 연결되는 매우 깊은 수련 단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순지침>에 취정에 대해서 이런 성구가 있습니다. “수도의 제 규정을 엄수하고 삿된 방법을 취하지 않아야 청정의 경지에 이르러 취정(聚精)이 되는 것이다.”
* 공부 시 거치게 되는 수도의 6단계는,
봉축(奉祝) – 번뇌(煩惱) – 신고(身苦) - 난입(亂入) - 취정(聚精) - 개안(開眼)입니다.
: 수도는 마음을 깊이 가라앉히고, 위에 계시는 상제님을 영원히 모신다는 정신(情神)을 단전(丹田)에 연마(鍊磨)하여 영통(靈通)의 통일을 목적으로 한다. 정성스럽고 공경하고자하는 한 가지 생각을 끊임없이 지속시키며, 지극한 정성으로 소정(所定)의 주문을 봉송하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도 공부의 과정에는 봉축(奉祝)ㆍ번뇌(煩惱)ㆍ신고(身苦)ㆍ난입(亂入)ㆍ취정(聚精)ㆍ개안(開眼) 순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1) 봉축(奉祝) : 도전님께서 정하신 장소에서 향을 피운 후 법좌(法坐)를 하고 봉축주(奉祝呪)의 주문을 봉송하면서 영통(靈通)에 이르도록 상제님께 간청하는 단계입니다.
2) 번뇌(煩惱) : 태을주 주문을 연속하여 읽어 나가면 첫 번째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사람이 마음에 가지고 있는 잡념을 제거하여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잡념을 제거될 때 번뇌가 일어납니다. 즉 종이나 칠판에 새로운 글을 쓰고자 할 때 종이나 칠판에 있는 기존의 글씨나 낙서를 지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3) 신고(身苦) : 태을주 주문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두 번째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사람이 몸에 가지고 있는 탁하고 나쁜 기운을 제거하여 상(傷)한 것이 전혀 없는 완전한 육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 이 과정이 진행될 때 몸에 고통이 옵니다. 즉 평소 생활에서 남에게 거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폭언(暴言)을 함부로 하면 척을 짓게 되고, 척을 지으면 몸에 척이 응하게 되니 당연히 몸이 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상한 몸을 고치는데 고통이 따릅니다. 따라서 평소 수도에서 모든 일에 공경심을 가지고 임하는 자세가 부족하면 신고 단계가 오래 갑니다.
4) 난입(亂入) : 태을주 주문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세 번째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인간의 그릇을 측정하는 단계인데, 이 단계에서는 유혹, 공포 등이 옵니다. 즉 평소 생활에서 정신이 나약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약하거나, 죽음이 두려워서 정의(正義)를 저버리거나, 잡신이 만들어 낸 공포에 기절을 하거나 신명이 만들어 낸 유혹에 넘어가 상식 밖의 행동을 하여 난입의 과정을 통과하기가 어렵습니다.
5) 취정(聚精) : 태을주를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네 번째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주문 봉송이 청산유수와 같으며 마음과 몸은 편안하여 무아(無我)의 경지로 들어서면서 몸에 무한한 기운이 모이는 단계입니다.
6) 개안(開眼) : 주문 봉송의 다섯 번째 나타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영통의 단계이며 천ㆍ지ㆍ인 삼계와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사실과 이치에 통하여 무소부지(無所不知)와 무소불능(無所不能)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대진대학교 대순종학과 박용철 교수, <道通眞境에 대한 理解>, 1998, pp.370~371.)
대순진리회 수도의 6단계: https://youtu.be/dk8hlreY05U?si=QQ7ljXhYCejs3OMU
여주도장 정각원 외수임원실에 있는 수련반 필수 사항을 적은 액자 1번에는 “정신을 모으지 않고 주력(呪力)을 얻는 데 힘쓴다”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공부 시 일어나야 하는 취정이 평소 수련 시에 일어나면 정신을 잃는 상태가 되므로 거짓 취정에 들지 않게 정신을 모으지 말고 태을주의 주력을 얻기 위해서 주문만을 읽어가라고 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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